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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마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단!마디> 꼭지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단병호 대표(민주노총 지도위원, 17대 국회의원)의 노동 및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과 제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

 

2020. 8.

 

  안정적으로 임기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던 문재인 정부의 임기 후반기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한 것인가? 여기저기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서 지지율도 4주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급기야 비서실장과 수석보좌관 6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아침저녁으로 뒤바뀌는 게 정치라고는 하지만 현재 나타나고 있는 여러 정황들이 그리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때문에 힘들고 심란한데 엎친 데 덮친다고 장마까지 겹쳐 힘든 마음을 더 고달프게 하고 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장마가 아래 위를 오르내리며 하루에도 수백 미리씩 물 폭탄을 쏟아붇고 있다. 강물이 넘치고 산이 흘러내리고 도시가 통째로 잡기고 수천 명의 이재민과 수십 명의 인명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런 장맛비는 앞으로도 며칠 더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국민들의 시름만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장마가 그치고 모든 것이 원래대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할 도리밖에...

 

  이럴 때 정치라도 힘이 되어주면 좋을 텐데, 그것 또한 별무신통이다. 요즘 들어 뉴스를 보다 정치 얘기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는 횟수가 늘어난다. 나만 그러는가 했더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정치가 별로 위안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주변 사람들과 만나 어쩌다 정치얘기를 하다보면 생각들이 이래저래 분분해도 결론은 대부분 정부와 집권여당 한 방향으로 몰린다. “촛불로 권력을 줬고, 총선에서 다시 또 기회를 줬는데 실망이다.” 짧은 문장이지만 이 속에는 불신과 불만, 안타까움과 아쉬움, 또 격려까지 응축되어 있다.

 

  36개월 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많은 사람들은 뭔가 좀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 생각하며 기대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철학의 문제인지, 능력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확연하게 달다졌다고 느껴지는 것이 별로 없다. 그저 3년 내내 참 요란하고 시끌벅적했던 기억만 난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첫 단추를 잘못 채우면 다음 단추를 채워보아야 어차피 어긋난다. 개혁과제의 우선순위가 달랐어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소득주도 경제정책과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는 것,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과 중소영세사업장의 지불능력을 높이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추진했어야 했다. 이것이야 말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진정한 개혁이 된다. 그리고 민생개혁은 모든 개혁의 출발선이기도 하다. 그랬다면 문재인 정부는 부유하는 여론의 정치기반이 아닌 쉽게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정치기반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당연히 정치개혁도 순조롭게 진행되었을 테고.

 

  누군가가 그랬다. 권력은 마약과도 같은 것이라 쉽게 중독되고, 중독되면 이성까지 마비되는 것은 순간이라고. 그리고 권력을 가진 사람은 관념의 세계와 실체의 세계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문재인 정부의 3년을 보면 완전히 허투루 하는 말은 아닌 듯싶다. 충남 전 지사와 서울, 부산 전 시장의 성추행은 권력에 중독된 행태라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서울 전 시장 문제에 정부와 여당이 보여주고 있는 소극적 태도는 많은 사람을 실망시키고 있다. 그리고 조국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감싸기씩 대응은 촛불항쟁으로 결집된 민주개혁진보 진영을 반으로 갈라놓았고 그것은 스스로 개혁의 힘을 반 토막 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아프더라도 읍참마속의 결단을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조국도 문재인 정부도 다 같이 사는 길이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개혁도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윤석열 총장의 성정과 그간의 행적을 너무 가볍게 보고 기용한 것은 결정적 패착이다. 그의 성정과 행적을 받아 안을 요량이 아니었으면 쓰지 말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쓰기로 했으면 속이 쓰리고 아프더라도 그냥 맡겨놓아야 했다. 그랬더라면 문제가 없다면 없는 대로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과 정당성을 더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테고, 만약 문제가 있으면 있는 대로 솔직하게 시인하고 고쳐나갔으면 될 일이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그런 대범하고 정직한 모습을 보고 싶어 했던 게 아닐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의 정책 능력을 불신하게 만들었다. 주거 문제와 부동산 문제는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문제다. 그렇다고 해도 3년 남진 동안에 정책이든 보안이든 20회가 넘게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능력에 신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 바둑 격언에 신물경속(愼勿輕速)이라는 말이 있다. 빨리 두지 말고, 한 수 한 수를 신중하게 생각하고 두라는 말이다. 부동산 정책은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고 설득하고 인내하며 추진해야 한다. 일시적 상황적 대처에 급급하다보니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가격을 잡지도 못하고, 신뢰는 신뢰대로 잃었다. 대표적인 게 최근에 불거진 수도 이전이다. 수도를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수도 이전이 필요하다면 수도권 주택공급정책은 펴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되고, 소위 다주택 보유자도 긴장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최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주 연속해서 하락하고 있고,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원래 정치에 대한 지지율은 아침저녁으로 뒤바뀌는 널뛰기씩이라고는 하지만, 결코 가볍게 볼 일은 아닐 듯싶다. 그 동안 문재인 정부가 50퍼센트 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민주당이 통합당보다 10퍼센트 대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이 촛불에 참여했던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도덕적 의무감을 가진 사람들이 애써 지켜온 측면이 크다. 그런대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지지율 하락이 이들이 3년여 동안 평가를 유보해오다가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당이 된 이후에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 즉, 서울 전 시장으로 이어진 위력에 의한 성 추행과 이를 대하는 정부와 여당이 보여준 이해할 수 없는 태도,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 울산선거와 윤미향 사건의 진상규명을 두루뭉술하게 뭉개고 가려는 모습, 입법 과정에서 보여준 매끄럽지 못한 모습, 법무부 장관의 오기(?)적 행보 등등을 보며 고심 끝에 지지를 철회함으로써 나타나는 결과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위의 문제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항상 강조했고,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정의와 공정의 문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사람 몇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으로 개혁을 이뤄내고 임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위의 문제들에 대해 지금까지 와는 확연하게 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권력을 위임 받는다는 것은 무한책임을 전재로 한다.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또 지금의 상황을 슬기롭게 타개해 나갈지,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