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단!마디> 꼭지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단병호 대표(민주노총 지도위원, 17대 국회의원)의 노동 및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과 제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
또 다시 새로운 10년을 준비할 때
2021. 1.
2020년은 우리 모두에게 힘든 한해였습니다. 작년 초부터 급습한 코로나19의 공세는 일 년이 지나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곧 백신이 들어온다고 하니 이 지긋지긋한 상황이 하루빨리 종식되었으면 하는 간절함뿐입니다. 그리고 회원 여러분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코로나19 국면은 교육원의 활동에도 많은 차질을 빚었습니다. 수강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교육원으로써는 대면교육을 중심으로 짜인 학습 프로그램을 코로나19 국면에서는 도저히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3개월과 6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기초과정과 중급과정의 신규 학습 팀을 무리하게 조직할 수도 없었고, 기왕에 진행 중이던 학습과정도 중단을 반복해가면서 겨우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비단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 교육원에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다보니 지난해의 학습 조직 실적은 그전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했던 상황으로 지금까지 진행해 왔던 교육원의 학습 진행방식의 전면적인 제고가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원은 그 동안 4차 산업혁명의 빠른 진행과 노동자들의 환경과 의식의 변화를 감안해 대면 교육에서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해 가는 것을 고민해 왔습니다. 그 전환의 시기를 앞당겨 추진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교육활동뿐만 아니라 회의 활동도 제대로 조직되지 못했습니다. 이사회도 번번이 연기되다 겨우 4월에야 개최되었고, 운영위원회도 겨우 한 차례 밖에 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교육원의 일상 활동을 공유하는데도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또한 교육원의 여러 사업들 대부분을 중앙 교육원의 판단과 의지로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어서 이런저런 어려움도 겪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화상회의를 통해서 일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회의 체계를 구축할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악조건 속에서도 소중한 성과도 있었습니다. 전국보건의료노조에 기초과정과 중급과정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했고, 전국공공노조에도 기초과정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두 노조에 각각 10여명 이상의 강사 양성 교육을 진행했고, 그 들이 각 지역에서 학습 팀을 조직해 진행했습니다. 이는 우리 교육원이 추구하고 있는 세포분열식 교육방법의 효과를 조직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계기로 매우 의미 있는 성과로 생각합니다. 더불어 프로그램 개발을 프로젝트로 진행함으로써 어려운 재정을 꾸려나가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육이 참여해 진행하고 있는 민중회관 ‘사람과 공간’ 마련 사업도 더디지만 조금씩 진행되고 있어 올해 중으로는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교육원이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교육원과 몇몇 동지들의 큰 관심과 동참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고마움을 전합니다. 아울러 회원여러분의 많은 관심도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교육원을 창립한지 만으로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6월의 창립 일에 맞춰 10년을 기념하는 후원행사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처음 교육원을 창립할 때 노동교육을 해왔던 관계자 대부분이 3년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며 만류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운동 활동가 양성의 필요성에 대한 절절함 하나만을 생각하며 교육원을 창립했고, 그런 뜻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850여 동지들과 함께 10년의 활동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제 또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기축년(己丑年) 소의 해입니다. 소에 얽힌 일화 하나를 소개하며, 회원여러분들의 건강하심을 기원하며, 지난 한해의 보고와 새해 인사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대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펄 벅(Pearl Buck) 여사의 이야기입니다. 펄 벅 여사는 1960년 경주를 여행하다 시골길에서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한 농부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달구지에는 짚단이 조금 실려 있고, 농부의 지게에는 짚단이 가득 얹혀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기이하게 여긴 펄 벅 여사는 농부에게 닦아가 소달구지에 실고가면 될 것을 왜 무겁게 짊어지고 가느냐고 물어보았답니다. 농부가 답하기를 “황소도 종일 힘들게 일했으니 집에 갈 때만이라도 편히 갈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더랍니다. 이 말을 들은 펄 벅 여사는 농부는 한낱 짐승에 불과한 소에 대해서도 저토록 배려하는 마음이 깊은데 자신은 사람에 대해 얼마나 배려하며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게 되는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힘든 시기인 만큼 동지에 대한 배려, 이웃에 대한 배려가 있다면 좀 더 힘이 나는 훈훈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2021년이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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