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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마디] 김진숙은 진정한 승리자다!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웹진 [e-품]의 <단!마디> 꼭지는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단병호 대표(민주노총 지도위원, 17대 국회의원)의 노동 및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과 제언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김진숙은 진정한 승리자다!

 

2021. 2.

 

  문재인 정부는 김진숙이 그토록 염원해 오던 원직복직의 꿈을 끝내 외면했다. 어제(27) 청와대 앞에서는 김진숙의 원직복직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쟁취와 고용안정을 위해 함께 투쟁해 온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문화계 인사들이 모여 34일간의 국토종단대행진과 48일간의 단식농성 투쟁을 마무리하는 행사를 가졌다. 길고 힘든 여정이었다. 참가자들은 노동존중 사회를 외쳐온 문재인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그리고 투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투쟁, 새로운 만남의 시작임을 다짐했다.

 

  김진숙의 원직복직은 문재인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했었다. 김진숙이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되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국가권력에 의해 해고된 것이기 때문이다. 김진숙은 회사에서 유인물을 뿌렸다는 이유로, 그것도 화장실을 지어 달라! 밥 먹을 곳을 마련해 달라!는 유인물을 뿌렸다는 이유로 경찰에 강제로 연행되어 구금된 상태에서 갖은 고문을 당했었다. 당연히 출근할 수 없는 상태, 그러나 회사는 이를 무단결근이라는 빌미를 붙여 해고 했다. 해고의 진짜 책임이 누구에게 있나?(책임의 본질을 분명히 하자는 것일 뿐 한진중공업을 비호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것이 아무리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자행된 일이라 할지라도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폭력이라면 국가가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김진숙의 원직복직 문제야 말로 문재인 정부가 4년 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온 적폐청산의 우선 대상이 되어야 했던 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정부와 한진중공업과 산업은행 등 문제해결의 책임 주체들이 보여준 태도는 비겁함과 치졸함 그리고 실망 그 자체였다. 김진숙의 명예회복 및 원직복직과 관련해서는 이미 2009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김진숙의 노조활동을 민주화운동으로 판정했고, 작년에는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고 해고된 것인 만큼 복직 및 명예회복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까지 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김진숙의 복직은 단순히 개인의 명예회복을 넘어서는 인간 존엄성의 회복이자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잘못된 것에 대한 반성이라며 한진중공업과 주채권은행, 관련 기관이 문제해결로 화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부산시의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김진숙의 명예회복과 원직복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3000여명의 여성계 인사와 233명의 노동시민종교계 대표들 그리고 137명의 사회원로들도 김진숙의 명예회복과 원직복직을 촉구하고 나섰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문재인 정부에게는 더 어떤 이유와 명분이 필요했던 것일까?

 

서울에서 희망뚜벅이 마지막 코스를 진행중인 김진숙 지도위원과 희망뚜벅이 대오(사진=노동과세계) [편집자주]

 

  김진숙의 명예회복은 잘못된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 바로 원직복직이 첫 번째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은 시종일관 재입사 후 즉각 퇴사만을 고집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것은 해고에 이은 또 한 번의 자존감을 짓밟는 폭력이다. 부당해고가 명명백백한 만큼 그에 합당한 보상 조치가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 두 번째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한진중공업과 산업은행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배임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세워 귀찮으니 떡 하나 던져주겠다는 식이었을 뿐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가 보인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들은 민간기업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와 당으로써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식의 변명 같지도 않은 변명만 늘어놓았다고 한다. 또한 틈만 나면 적폐청산이니, 정의니, 공정이니 하고 외쳐대던 그 많은 여당 의원들은 다 어디로 숨었는지 문제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노동존중 사회를 외쳐 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가 너무나 허약하다는 것은 이미 일찍이 들어났다. 그 동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노동개혁이라는 것을 들여다보면 최저임금을 올리며 산입범위를 확대하고,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탄력근로시간제를 추진하고, ILO기준협약을 비준하면서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를 추진하는 식이었다. 어느 것 하나 완전하게 이러진 개혁이 없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 기조가 진즉에 파탄 났음에도 촛불항쟁을 통해 탄생시킨 정부라는 공동의 책임의식 때문에 선뜻 돌아서지 못하고 미련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지켜보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진숙의 원직복직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의 실상이 어떤 것인지 명료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삭풍과 눈보라 속에서도 500km를 걷고, 혹한 속에서 48일 동안 곡기를 끊고 단식투쟁을 했다. 그러나 김진숙이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그럼 실패한 투쟁, 패배한 투쟁인가? 송경동 시인은 누가 김진숙이 졌다 하는가, 누가 희망버스가 졌다고 하는가.”라며 비록 원직복직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결코 패배하지 않은 당당한 투쟁이었다고 말한다. 김진숙은 민주주의는 싸우는 사람들이 만들어 왔습니다.”라며 앞으로 얼마나 더 먼 길을 가야 할지 모를 우리들. 포기하지 맙시다. 쓰러지지도 맙시다.”라며 새로운 투쟁을 다짐했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한진중공업과 산업은행은 작은 것을 지킬 수는 있었지만, 그러나 그들은 도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완전히 패배했다. 김진숙이 비롯 한진중공업 현장에 들어가 용접기를 잡을 수는 없게 되었지만 그의 명예는 사회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완전하게 회복되었다. 진정한 승리자는 김진숙과 또 함께 투쟁한 이들이다. 함께 투쟁한 모든 이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